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건설현장 산업안전 위반 (위반 건수, 중대재해, 책임 전가)

by thirdwind3 2026. 5. 16.

예시 : 중대재해 사고사진(AI이미지)
중대재해 사고 사진 (AI이미지)

 

 솔직히 저는 뉴스에서 "위반 100건"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 처음엔 엄청난 문제가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직접 안전관리를 해온 입장에서 다시 들여다보니, 이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맥락을 담고 있었습니다. 건설현장 산업안전 이슈는 숫자만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위반 건수 100건, 실제로는 어떤 의미인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법제처에서 직접 찾아서 조문을 읽어본 분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저도 현장에 처음 나왔을 때는 그냥 "지키면 되는 거 아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산안법 하위 법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이른바 안전보건규칙을 펼쳐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규칙 제4조에 따르면 "작업장의 청결" 조항에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작업하는 장소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관리하여야 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여기서 '청결'이란 기준이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것이 아닙니다. 즉, 감독관이 현장을 둘러보고 "좀 더럽네요"라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순간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위험성평가입니다. 위험성평가란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 위험 수준을 평가하는 문서로, 안전관리의 핵심 서류입니다. 제 현장만 해도 전체 위험성평가 항목이 약 2,000여 개에 달합니다. 작성자가 항목 하나를 잘못 기재하면 그 항목 하나가 곧 위반 1건이 됩니다. 이론상 위반 건수가 2,000건까지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맥락에서 전국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전체에서 1월부터 3월 사이 집계된 위반 건수가 100건이라는 수치를 다시 보면, 저는 솔직히 "그 많은 현장에서 100건이면 오히려 잘 관리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세부 내용을 까봐야 알겠지만, 숫자만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방식은 현업 관리자 입장에서는 썩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안전보건규칙의 조항 상당수는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동일 현장도 감독관에 따라 위반 건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위험성평가 항목 수가 수천 개에 달하는 대형 현장에서는 사소한 기재 오류 하나가 위반 1건으로 집계됩니다.
  • "위반 100건"은 위반의 심각성이 아닌 위반의 개수이며, 내용 없이 건수만 비교하는 것은 왜곡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고 원인 책임 공방, 진짜 구조 문제는 무엇인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해당 건설현장에서 10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회사 측은 이 중 9건에 대해 작업자 과실이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죽으려고 일하러 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말, 감정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도 현장에서 비슷한 상황을 수없이 겪었습니다. 불과 2년 전, 300억 규모의 현장에 있을 때 일입니다. 한여름에 작업자들이 점심 식사 후 막걸리를 한 잔씩하고 비계에 올라가는 걸 직접 목격했습니다. 비계란 높은 곳에서 작업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로, 추락 사고의 주요 발생 지점 중 하나입니다. 저는 즉시 조적 소장을 불러 강하게 시정을 요구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고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그분들 나이가 제 나이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수십 년 경력의 작업자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관리자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안전난간대, 즉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개구부나 작업 구간 가장자리에 설치하는 방호 구조물을 설치해 두면 다음 날 부서진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재설치 지시를 내려도 이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완전히 근로자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관리자나 시공사만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 과연 맞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란 사업장에서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률로, 2022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현장 관리자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사고 이후 말 한마디에 대한 극도의 신중함입니다. 시공사 측이 "우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시인하는 순간, 법인 대표, 현장소장, 담당 안전관리자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이 구조에서는 죽은 노동자에게 과실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만들어집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근로자가 관리자 입장이 되어 산재가 났을 때 "내 잘못입니다."라고 행동하기 어려울 겁니다.

 

 여의도역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사고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경험 있는 펌프카 조종사들조차 기피하던 좁은 현장이었고, 안전작업계획서가 실제 작업 방식과 맞지 않게 작성돼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안전작업계획서란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전에 위험 요인과 안전 조치를 사전에 문서화한 계획서입니다. 이것이 현장 실정과 맞지 않게 급조됐다는 것은, 행정적 절차를 위한 문서와 실제 현장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도급 특약과 설계-현장 불일치, 현장이 죽어나가는 구조

 포스코이앤씨가 하수급업체에 안전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특약을 설정했다는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문제를 제기한 사안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건설장비 반입 후 방호장치 설치 비용을 안전관리비에서 전산 처리하지 못하게 하고, 불안전행동 관리 제도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는 수급사업자 책임이라는 특약을 하도급 계약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하도급법이란 원청이 하청에게 불공정한 조건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률로, 원청이 부담해야 할 안전관리 비용을 하청에 떠넘기는 행위는 이 법 위반에 해당합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가 이 특약을 문제 삼은 것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니라, 안전 비용 구조 자체가 왜곡돼 있다는 신호입니다.

 

 타워크레인 연식 제한 문제도 저는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타워크레인 안전의 핵심은 제작 연도가 아니라 정기적인 유지보수, 작업 공간 확보, 신호 체계, 그리고 공정 운영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연식 제한이란 장비 제조 후 경과 연수를 기준으로 현장 반입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이 기준이 국내산 장비에는 불리하고 저단가 중국산 신품 장비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은 현장 실무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 현장에서 폭 2m, 길이 30m 구간을 굴착해야 하는데, 어떤 미니굴착기도 물리적으로 진입은 가능하지만 붐 스윙, 즉 굴착 버킷을 좌우로 회전시켜 흙을 덤프트럭에 싣는 동작 자체가 불가능한 구간이 있습니다. 설계변경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시공사가 방법을 찾아라"였습니다. 발주자도, 설계사도, 회사 대표도 이 문제를 듣는 것을 싫어합니다. 결국 현장만 죽어나가는 구조입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건설현장 산업안전 문제를 단순히 "원청이 나쁘다, 노동자가 희생됐다"는 틀로만 보면 구조적 해결책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설계와 현장의 괴리, 하도급 계약 구조, 법령의 모호함, 그리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안전문화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이 글은 건설현장 안전관리 실무자의 개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법률적 또는 전문적인 안전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령 해석이나 사건 관련 사항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7493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안전관리자의 세상 바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