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사 응시에 필요한 경력 요건이 최대 2~4년 단축될 수 있다는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금도 건설안전기술사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변화가 청년에게 기회인지 독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력요건 단축, 실제로 어떻게 바뀌나
고용노동부는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기술사·기능장의 응시 경력 요건을 현행 대비 2~4년씩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기술사 응시에 필요한 경력은 최소 9년 이상입니다. 개정안은 이를 7년 이상으로 줄이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산업기사에서 기술사·기능장으로 바로 올라가는 경로의 경우 기존 8년 요건을 4년 이하까지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술사란 국가기술자격 체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전문 자격으로, 해당 분야의 설계·시공·감리 전반에 걸쳐 최종 기술적 판단과 책임을 지는 역할을 말합니다. 건설, 전기, 소방 등 고위험 분야에서 기술사는 단순히 설계도면을 검토하는 수준이 아니라, 복합 구조물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화재 시 피난 가능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이 감각은 책으로 절대 채워지지 않습니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쇼핑몰 수장공사, 소규모 상가 신축 등으로 경력을 쌓고 건설기술인협회에 경력을 등록했을 때, 서류상 저는 시공관리 고급기술자였습니다. 건설기술인협회의 경력등급 체계에서 고급기술자란 일정 기간 이상의 경력과 자격을 갖춘 인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막상 수백억 원 규모의 신축현장에 발을 디뎠을 때, 그 4년의 인테리어 경력은 현장에서 전혀 통용되지 않았습니다. 경력 연수가 쌓인다는 것과 경험이 실무에 쓰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개정안이 실제로 통과될 경우, 변경되는 주요 경력 요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사 취득 후 기술사 응시: 기존 9년 이상 → 7년 이상으로 단축
- 기능사 취득 후 기술사 응시: 기존 7년 이상 → 5년 이상으로 단축
- 산업기사 취득 후 기술사·기능장 응시: 기존 기술훈련이수 후 8년 → 4년 이하로 대폭 단축
수치만 보면 청년층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국가기술자격 제도를 관장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자격 체계를 보면, 기술사는 단순 시험 합격으로 얻는 자격이 아니라 충분한 현장 경험을 전제로 설계된 자격입니다. 경력 요건은 그 최소한의 안전망인 셈입니다.
현장경험 없는 자격이 자격가치를 무너뜨린다
건설현장에는 오래된 말이 있습니다. 경력은 전수받는 것이라고. 좋은 선배로부터 다양한 상황을 몸으로 겪어내야 그게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현장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핵심은 프로젝트 사이클(Project Cycle)이라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프로젝트 사이클이란 설계 착수부터 시공 완료, 준공 검사까지 하나의 공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되는 전 과정을 말합니다. 아파트 공사는 약 3년, 도로공사는 최소 5년이 한 사이클입니다. 경력 2년으로는 사실상 이 사이클을 한 번도 완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현재 건설안전기술사 시험을 약 1년째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더 선명해집니다. 시험 범위가 넓은 것도 있지만, 공부하면서 "아, 이게 그때 그 현장에서 있었던 그 상황이구나"라고 연결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경험 없이 이론만 외운다면 그 연결고리 자체가 없습니다.
감리(監理)라는 업무를 예로 들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리란 설계도면대로 시공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고 기술적 적정성을 판단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2년 경력의 사원급이 시공사 소장에게 "이 공법은 설계 의도에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직접 현장에서 봤는데, 경력 없는 지적은 무시당하거나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킵니다. 기술사 자격이 있어도 경험이 없으면 현장에서는 그냥 종이 한 장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또 다른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경력 기술사가 시장에 대거 쏟아질 경우, 기술사 호칭 자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막상 자격을 취득한 청년들이 전문가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되는 역설로 이어집니다. 청년에게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청년에게 독이 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 기간 동안 찬반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전문가 집단에서는 다른 나라의 자격 제도를 도입할 때 본질인 경험 요건은 빼고 외형만 가져오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력 요건을 단축한다고 해서 현장 경험이 단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진짜 청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 빨리 자격증을 쥐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1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아온 저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매일 합니다. 기술사는 시험 합격이 끝이 아니라, 그 자격을 현장에서 증명해 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응시 자격 문턱을 낮추기 전에, 그 자격이 현장에서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정책적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8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