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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점검비 산정 기준, 현실은 달랐다 (구조적 문제, 보간식 오류, 개선 전망)

by thirdwind3 2026. 5. 17.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 실효성 있는 기준마련(AI 인포그래픽)
AI 인포그래픽

 

 착공 준비를 하면서 안전점검비 보간식을 처음 제대로 들여다본 순간, 솔직히 허탈했습니다. 우리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이 이걸 대충 산정해 왔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국토안전관리원이 이번에 시설물 안전점검의 안전보건관리비 산정기준 마련에

나선 것은, 저처럼 현장에서 이 불합리함을 체감한 사람이라면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습니다.

 

점검자가 점검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시설물 안전점검 현장에서 정작 점검자 본인의 안전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2종 시설물에 해당하는 현장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점검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정기안전점검이란 시설물의 현재 상태를 육안 및 간단한 도구로 확인하는 기초적 점검을 말하고, 정밀안전점검은 균열·침하·누수 등 구조적 결함을 정밀 기기로 분석하는 심층 점검을 의미합니다.

 

 제가 있는 현장도 2종 시설물에 해당해서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정기안전점검과 초기안전점검을 모두 진행해야 합니다.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하는 과정 자체는 이해합니다. 내부 인력이 점검하면 객관성이 떨어지고, 외부에서 온다는 것만으로도 현장이 긴장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점검 결과물을 들여다보면 저희 현장에서 넘긴 자료를 복사해서 붙여 넣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기술사(技術士) 도장을 받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수천만 원이 오가는 구조인 거죠. 여기서 기술사란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 능력을 인정받은 자격자를 의미하는데, 그 도장의 무게만큼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삼경교육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시설물안전법에 따른 안전점검 수행 시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안전보건관리비의 산정기준(안)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출처: 국토안전관리원). 국토교통부, 한국시설안전협회, 한국구조물진단학회, 안전진단·점검 전문기관 관계자 등 75명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업계 내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간식 오류,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조건부적정 의견을 받고 나서야 보간식(補間式) 산출 오류를 뒤늦게 파악했습니다. 보간식이란 두 개 이상의 기준값 사이에서 중간 값을 수학적으로 추정하는 계산 방식을 말합니다. 안전관리비 항목 중 안전점검비를 산정할 때, 순공사비 구간별로 상·하한 요율을 보간식으로 계산해서 적용하게 되어 있는데, 문제는 그 요율을 소수점 첫째 자리로 처리하느냐, 둘째 자리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수천만 원씩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충격적인 건,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하는 전문 업체도 이걸 정확히 몰랐고, 국토안전관리원 담당자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스터디를 해보고, 회사의 다른 현장 자료를 여러 건 비교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 "그냥 다들 대충 해왔구나"였습니다. 한 현장만 보고 단정 지을 수 없으니 다른 현장 데이터까지 확인한 것이고, 그 결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이 왜 심각하냐면, 안전점검비가 결과물의 품질과 연동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안전점검비 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오류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간식 요율 적용 단위 오류(소수점 자릿수 혼동으로 수천만 원 차이 발생)
  • 순공사비 구간 설정 오류(적용 구간을 잘못 읽어 기준값 자체가 틀리는 경우)
  • 항목 누락(안전보건관리비 세부 항목 중 일부를 빠뜨리는 경우)

 억 단위 안전점검비가 나오는 대형 현장과 수천만 원 수준의 현장을 비교해도, 결과물을 작성하는 인력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저의 경험상 판단입니다. 그렇다면 그 차이를 만드는 건 현장 규모에 따른 요율 적용이지, 실질적인 점검의 깊이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이후 관리주체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강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여기서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을 규정한 법률로, 2022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의무가 강화된 것과 별개로, 그 의무를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 산정 기준이 부정확하다면 제도 자체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포털).

 

이번 기준 마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이번 공청회에서 공개된 안전보건관리비 산정기준(안)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단순히 기준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기준이 있어도 그걸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관행이 기준을 이깁니다.

핵심은 세 가지라고 봅니다.

  1. 안전점검비 산출 방법을 명확히 하고 고시 수준으로 구체화할 것
  2. 안전점검비 결과물의 품질 기준을 함께 마련하여 비용과 성과를 연동할 것
  3. 국토안전관리원의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단계에서 산정 오류를 실질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검토 역량을 강화할 것

 안전관리비(安全管理費)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라 공사 규모와 종류에 따라 의무적으로 계상해야 하는 비용 항목입니다. 여기서 안전관리비란 건설현장의 안전점검, 안전관리 인력 배치, 보호장비 구입 등에 소요되는 비용 전반을 포괄하는 예산 항목을 의미합니다. 이 항목이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 결국 비용만 나가고 현장 안전은 제자리걸음입니다.

 

 기술사 자격을 목표로 공부하는 입장에서, 기술사 도장 하나에 수천만 원이 붙는 구조는 솔직히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구조가 지속 가능하려면 그 비용만큼의 실질적인 전문성이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준 마련이 그 방향으로 한 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들이 최종 기준안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현장에서도, 검토 기관에서도 보간식 하나 제대로 못 잡아내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기준의 명확성과 그것을 실행할 사람들의 역량이 함께 올라가야 합니다. 제도는 현장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회계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www.allcsn.co.kr/news/view.html?section=116&category=117&no=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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