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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샤힌 밀폐공간 사망사고 (질식사고, 안전절차, 휴일작업)

by thirdwind3 2026. 5. 29.

밀폐공간 작업 허가 가이드
밀폐공간 작업 허가 가이드

 

 저도 처음 이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 믿기 어려웠습니다. 공사금액만 약 9조 원에 달하는 울산 샤힌 프로젝트에서,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밀폐공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현장 안전관리를 해본 입장에서는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사고 경위를 들여다볼수록 개인의 방심과 현장 관리 사이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분명히 어긋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틀 연속 질식사고, 정말 우연이었을까

 일반적으로 대형 플랜트 현장은 안전관리 수준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현장 구석구석의 통제가 반드시 촘촘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작업 범위가 넓어질수록 관리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번 사고는 24일 일요일 낮, 작업자가 드럼 내부에 혼자 들어갔다 쓰러지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대체공휴일, 이번엔 원청 안전 관리자가 원인을 확인하겠다며 같은 공간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여기서 밀폐공간이란 탱크, 드럼, 맨홀, 피트, 관로처럼 외부와 통기가 차단되거나 제한된 구조물 내부를 말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밀폐공간은 산소결핍(산소농도 18% 미만)이나 유해가스 축적 위험이 있는 장소로 분류되며, 출입 전 반드시 법정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저도 70억 원 규모의 작은 현장에서 일할 때조차 밀폐공간 작업 전에 아래 절차를 반드시 거쳤습니다.

  • 산소농도 및 유해가스(황화수소, 일산화탄소) 측정
  • PTW(작업허가서) 작성 및 위험성평가 실시
  • 감시인 배치 및 2인 1조 작업 원칙 준수
  • 송기마스크 또는 환기설비 준비
  • TBM(작업 전 안전교육) 실시 후 입장

 PTW란 Permit to Work의 약자로, 위험 작업 전에 책임자가 현장 상태를 확인하고 서면으로 작업을 승인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이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들어가도 좋다"는 공식 허가증입니다. 9조 원짜리 현장에서 이 기본이 작동했는지가 지금 조사의 핵심 쟁점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령).

 

 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안전관리자의 2차 진입입니다. 밀폐공간 사고에서 2차 재해란, 구조하러 들어간 사람이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함께 쓰러지는 사고를 말합니다. 안전관리 교육에서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안전 담당자가 그 공간에 혼자 재진입했다는 것은 제 경험상 정말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9조 원 현장에서 기본 절차가 무너진 이유

 회사 측은 두 사고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24일 사고는 가스 중독이나 질식이 아닌 개인 지병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25일 사망사고도 가스 농도나 산소 농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일한 밀폐공간에서 이틀 연속으로 사람이 쓰러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현장 통제 체계 전반을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됩니다.

 

 산소결핍(Oxygen Deficiency)이란 공기 중 산소 농도가 정상(21%) 보다 낮은 상태를 의미하며, 18% 미만이면 법정 위험 수치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산소농도가 16%대로 떨어지면 두통과 어지러움이 오고, 6% 이하에서는 즉시 의식을 잃는다는 점입니다. 드럼이나 탱크 내부는 단 5초 만에 의식을 잃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사람을 순식간에 무너뜨립니다.

 

 원청사는 이미 여러 차례 중대재해 문제로 도마에 오른 회사입니다. 2023년 의정부, 서초, 부산 등 주요 현장에서 연이은 사망사고로 고용노동부 전국 현장 감독과 본사 압수수색까지 진행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자가 8명으로 늘어나면서 2023년 11월 산재 사망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배상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회사는 전국 80여 개 현장 작업 일시 중단, 스마트 종합안전관제상황실 구축, CCTV 관제 시스템 도입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진해신항 현장 해상 추락 사망사고에 이어 이번 울산 샤힌 사고까지 이어지면서, 제도 강화가 실제 현장 통제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현장에서 작업자 한 명이 혼자 밀폐공간에 진입하는 행동을 실시간으로 막지 못했다면 그 시스템의 실효성은 다시 검증이 필요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법으로, 2022년 1월 시행됐습니다. 원청의 안전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최고경영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안내).

휴일 작업이 만드는 피로와 방심의 구조

 저는 개인적으로 일요일과 공휴일 건설 현장 작업이 진짜 최소화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첫 번째 사고도 일요일 점심시간에 발생했고, 두 번째 사망사고는 대체공휴일에 일어났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휴일 근로를 제한하고 있지만, 현실 현장은 아직도 공기를 맞춘다는 이유로 주말·공휴일 작업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플랜트나 도로공사 계열은 주간 교통통제 문제로 주말이 오히려 더 바쁜 경우도 있습니다. 안전관리자 입장에서는 남들 쉬는 날에도 현장 대응을 해야 하고, 사고가 나면 즉시 출근입니다. 여름휴가도 며칠 겨우 끊어서 가까운 곳만 다녀오는 수준이 현실입니다.

 

 피로 누적은 판단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제 경험상 몸이 충분히 쉬지 못한 날에는 현장에서 무언가를 빠뜨리거나 대충 넘기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안전관리자에게 만성 피로는 특히 치명적입니다. "잠깐이면 되겠지"라는 방심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피로와 반복 작업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구조적 결과일 수 있습니다.

 

 사고는 결국 개인의 방심과 현장의 관리 실패가 동시에 겹칠 때 발생합니다. 이번 사고를 개인 부주의로만 정리하면 같은 사고는 반드시 다시 일어납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저도 담당 현장의 밀폐공간 작업 전 절차를 전부 다시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소농도 측정 장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감시인 배치 기준이 명문화되어 있는지, PTW 양식이 형식적으로 채워지진 않는지, 하나씩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밀폐공간은 경고가 없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막지 못하면, 나오고 나서는 이미 늦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안전 컨설팅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안전관리 기준은 반드시 관계 법령과 담당 기관의 지침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nge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50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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